청바지 하나를 만드는데는 7000리터, 티셔츠 하나를 만드는데는 2700리터의 물이 사용된다고 한다. 우리가 입는 청바지와 티셔츠를 만드는데 사용되는 물은 한 사람이 3년간 마실 물의 양과 맞먹는다. 옷하나를 만드는데 수많은 자원과 노동력을 필요로하고 만드는 과정, 세탁, 폐기 과정에서는 엄청난 환경오염을 야기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우리는 패스트패션을 넘어 "울트라패스트패션"의 길로 들어서고 있다.
쇼핑과 자유의 상관관계
우리는 쇼핑을 통해 자유를 만끽한다고 생각하지만 그것은 누군가 견고하게 만들어둔 쇼핑과 소비라는 철장 속에서 얻어낸 자유에 불과하다. 결국 우리가 빠르게 소비하는 옷들은 자본주의 시장에서 거대 패스트패션 기업들이 만들어낸 환상에서의 강요된 자유가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든다.
이 책에서 가장 와닿는 구절이 있었다면 "소비가 있어 물건이 존재하는 게 아니라 물건을 만들어내야 하기 때문에 소비가 존재한다."이다. 우리의 소비욕구는 스스로 생성하는게 아니라 결국 물건을 만들고 팔아야 하는 거대 기업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다. 해마다 정해지는 올해의 색, 색채 트렌드로 하루 아침에 매장의 물건들의 한해의 컬러로 장식되는 현상을 보면 어쩌면 우리에게는 자유가 아닌 강요된 선택만이 남아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내가 진정으로 가지고 싶어 하는 것을 알아채는 것. 그 안에서 기쁨과 아름다움, 소중함을 찾는것. '돈'이라는 쉽고 간편한 수단으로 나의 기쁨, 슬픔, 분노의 감정을 함부로 치환하지 않는것.
즉 누군가가 만들어낸 획일화된 취향이 아니라 나만의 개성과 취향을 알아가는 것이야 말로 똑같은 옷들로 가득한 패스트패션의 세상에서 나의 분위기를 찾을 수 있는 길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든다.
명품과 사치품
어릴때는 명품이 필요없지만 나이가 들고 결혼식을 갈 때면 명품백 하나 정도는 필요하다고 흔히들 말한다. 사람들은 자신이 차고 다니는 시계, 가방, 옷의 가격을 자신의 가치와 동일시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아직 20대 중반의 나는 그들의 말처럼 아직은 명품백이 필요하지 않은 나이이다. 하지만 명품을 들고다녀야 할 특정한 나이대가 존재한다는 말에 좀 반감이 든다. 자신의 존재 가치를 명품 소유의 여부로 결정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나는 명품을 살 수 있는 사람보다는 사람자체가 명품인 어른으로 성장하고 싶다.
영국의 고급 브랜드 버버리는 422억원 상당의 재고를 모두 불태워 소각했는데 5년동안 소각된 제품의 추정 금액이 약 1328억원이라고 한다. 브랜드 가치 보호라는 명목으로 재고를 소각하는 것이다. 환경보호와 ESG경영에는 관심이 없는 명품 브랜드들의 위선적인 태도에 화가 난다.
몬산토 BT목화와 자살
몬산토라는 기업은 해충을 죽이는 독소를 작물에 이식시킨 유전자조작 목화를 들고 인도에 진출했다. 농약을 쳐야하는 일반 목화와 달리 bt목화는 자체적으로 독성물질을 분비해서 해충이 접근하지 못한다는 논리였다. 하지만 현실은 bt목화에 내성이 생긴 해충이 등장했고 웬만한 농약과 살충제로도 해충을 처리할 수 없는 지경에 다다랐다.
결국 농민들은 강력해진 해충을 처리할 수 있는 더 강력한 살충제를 구입해야했고 그것 역시 몬산토에서 판매되었다. 씨앗 값과 살충제 값을 감당하지 못한 농민들은 빚을 지게 되었고 빚에 허덕이다가 자살을 선택하는 농민들이 늘어만 갔다. 이처럼 패션산업은 환경오염뿐만 아니라 개도국 노동자, 농민들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라나플라자 사건
2013년 4월24일 방글라데시 수도 다카 외곽 사바르의 8층짜리 의류공장 라나플라자 건물이 붕괴하면서 최소 1136명이 사망하고 2500명이 넘는 사람이 다쳤다. 붕괴 전날인 4월 23일, 로컬TV채널에서 영상을 촬영한 결과, 건물 기둥에서 콘크리트 덩어리가 떨어져 나갔으며, 건물 벽에도 균열이 심하게 갔다.
경찰이 공장 소유자에게 건물이 위험하니 출입을 통제하라고 지시했으나, 건물주는 이 경고를 무시하였다. 라나를 비롯한 책임자들은 쇼핑몰 용도로 등록된 6층짜리 건물을 8층으로 늘려 공장으로 쓴 것으로 조사됐다. 사고 전날 건물 외벽에 큰 균열이 발견돼 노동자들이 일하지 않으려 했는데도 공장 관리자들이 이들을 출근시킨 것으로 조사돼어 살인혐의로 법원에 기소됐다.
방글라데시는 중국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의류제품 생산지이다. 또한 정치인과 고위공무원들이 의류산업과 연관되어 있는 경우가 대다수이기 때문에 정부가 직접 나서 가해자들을 처벌하는데 주저한다. 라나플라자 사건의 경우 정부가 기소하는데만 2년이 걸렸으며 법원이 공소장을 제출받고 검토하는데 1년이 넘게 걸려 재판은 3년만에 시작되었다.
방글라데시의 연간 의류 수출액은 280억달러(약32조원)에 달한다. 참사 후 국내 시위와 국제사회의 압박이 계속되면서 최저임금이 인상되고 작업장 안전관리가 강화됐지만 아직 갈 길은 멀다. 방글라데시 의류공장 노동자는 최저임금으로 월 68달러(약7만8000원)을 받는데, 이는 중국 노동자(약280달러)와 비교하면 4분의 1수준이다. 사고 당시 노동자들은 260원의 시급을 받으며 일하고 있었다.
그린워싱
그린워싱(Greenwashing, green + white washing) 또는 녹색분칠은 기업이 실제로는 환경에 악영향을 끼치는 제품을 생산하면서도 광고 등을 통해 친환경적인 이미지를 내세우는 행위를 말한다. 이는 환경에 관한 대중의 관심이 늘고, 친환경 제품 선호가 높아지면서 생겨난 현상이다. 환경친화적인 이미지를 상품 제작에서부터 광고, 판매 등 전과정에 걸쳐 적용·홍보하는 그린 마케팅(Green Marketing)이 기업의 필수 마케팅 전략 중 하나로 떠오르면서, 실제로는 친환경적이지 않은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들이 기업 이미지를 좋게 포장하는 경우가 생기고 있다.
기후변화법 위헌 판단
독일 기후변화법은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30년까지 1990년 대비 55% 감축하고, 이 목표에 맞춰 각 부문에 연간 배출량을 할당하도록 하고 있다. 이에 대해 독일 헌재는 “(2050년) 탄소중립을 달성하는데 충분치 않다. 파리기후변화협정에서 정한 기후변화 억제 목표를 달성하려면 2030년 이후에 더 급격하게 온실가스를 감축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독일 연방의회에 “올해 말까지 2030년 이후 온실가스 감축을 어떻게 할 것인지 구체화한 조항을 마련하라”고 주문했다.
독일 헌재는 결정문에서 “기본법(독일 헌법)은 현 세대가 생명의 자연적 기초를 조심스럽게 다루고, 이후 세대가 그것을 보존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이지 않도록 하고 있다”고 밝혔다. 헌재는 설명자료에서 “인간 생활의 거의 모든 측면이 온실가스 배출을 포함하기 때문에 배출량을 줄이는 것은 모든 유형의 자유에 영향을 준다. 감축 부담을 2030년 이후로 넘기는 것은 젊은 세대들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2050년 탄소중립에 도달하기에는 현재 2030년까지의 감축 목표가 너무 낮기 때문에, 2030년 이후 미래 세대의 부담이 클 수 있다는 판단이다.
옷을 사지 않기로 다짐한 지 일년이 넘었다. 가끔 아니 자주 쇼윈도에 걸린 형형색색의 옷을 보면 괜스레 마음이 들뜨기도 한다. 하지만 이내 마음을 고쳐먹고 '아니야. 지금 내가 가진 옷으로도 충분히 예쁘게 입고 다닐수 있어'라고 생각한다. 독서모임에 다녀왔고 이런 내 신념을 회원들과 공유했는데 그 중 한 분이 "옷을 사지 않기로 마음 먹은 계기가 있어요?"라고 물었다.
나도 한 때는 길거리에서 만원 이만원에 팔리는 옷들을 무더기로 소비하던 때가 있었다. 옷을 사도사도 항상 옷장 앞에만 서면 입을 옷이 없어 고민했다. 옷장에 옷은 차고 넘치는데 입을 옷이 없다는 역설적인 상황 앞에서 나는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만해도 이렇게 많은 옷을 소비하는데 세상 모든 인구가 나처럼 옷을 소비하면 도대체 얼마나 많은 옷이 필요하며 그 옷들은 어디서 생산되고 어디로 버려지는 걸까?' 이런 생각과 함께 세바시 이소연 작가의 '옷을 사지 않기로 했습니다'라는 제목의 강연을 보게되었다. 강연을 통해 옷의 생산과정과 소비, 세탁, 폐기까지 전 과정에서 심각한 환경이 야기된다는 것을 알게되었고 뿐만 아니라 값싼 옷의 이면에는 학교도 가지 못하고 재봉틀과 하루종일 사투를 벌이며 시간당 260원이라는 시급을 받고 일하는 노동자들의 희생이 있다는 것도 깨달았다. 이 강연을 통해 옷을 사지 않아야 할 이유들이 더 명확해졌고 그 결심이 1년이 조금 넘는 시간동안 옷을 소비하지 않게되는 결과를 발생시켰다.
사실 스파브랜드나 길거리에서 판매되는 새옷을 사지 않는다는 것이지 중고거래나 빈티지 매장에서 헌옷을 종종 구매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책에서 빈티지로 구매하는 옷 역시 빠르게 트렌트가 변화하는 패스트패션산업이 활성화된 지금과 같은 시대에서는 환경오염의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지적한다. 왜냐하면 지금 당장 팔리고 있는 옷들이 빈티지 매장에서 발견된다는 사실은 그만큼 매일같이 엄청난 양의 옷들이 버려지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환경오염이라는 거대한 난제 앞에서 우리는 친환경소재로 만든 옷을 소비하는 것에 신경쓰는 것 대신 내가 가진 옷 안에서 입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누군가는 소비 부진으로 인한 경기침체를 우려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소비자가 까다로워지면 기업도 변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기업은 섬유폐기물로 새로운 옷을 만드는 방법도 고려할 수 있고, 생산 과정 자체에서 한정된 수량만 찍어내게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똑똑한 소비자가 되어야 한다.
내가 이런 결심을 했다고 해서 주위 사람들에게도 이를 강요할 수는 없지만 우리가 불필요한 소비를 하고 있는건 아닌지 스스로 의심해봐야 될 시기가 아닐까 생각이 든다. 또 나의 결심에 동참하는 사람들이 늘어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어쨌든 우리가 앞으로 족히 80년은 더 살아야 하고, 우리의 후손들이 살아가야 하는 지구이니까.. 나처럼 아예 옷을 앞으로 사지 않겠다!고 다짐하는 것도 좋지만 먼저 옷을 사기 전에 "정말 내가 이 옷이 필요한가?", "몇 번 입고 버려지는 옷은 아닌가?"라는 고민이 선행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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